[경주 전촌용굴]
많은 사람들이 경주에 문무대왕릉이 있는 바다는 알지만, 진한 코발트블루 색의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감포 바다가 있다는 건 잘 알지 못한다. 경주 감포 바다는 경주 시가지에서 약 27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송대말 등대, 감포항, 감포 해국길, 솔밭해면, 나정 고운 모래 해변 등 가볼 만한 곳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얼마 전에 방문한 전촌용굴은 기회가 된 가면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 경주 전촌용굴 ※
주소 : 경북 경주시 감포읍 장진길 39
주차 : 전촌항 주차장
tip. 해식 동굴이라 물때를 잘 보고 가야 함
전촌항에 주차하고 전촌용굴이라고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면 해안 산책로와 둘레길 같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산책길이 나온다. 사룡굴과 단용굴은 27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아이가 어리다면 사룡굴까지만 가길 추천한다. 사룡굴을 지나 나오는 단용굴은 큰 바위를 지나야 하는데 날카로운 해변 바위들을 클라이밍 조금 해야 하는 정도라, 우리도 난감했었다. 아이가 어리다면 단용굴은 나중에 가보길 추천!
[전촌용굴(사룡굴과 단용굴) 산책길]
전촌용굴을 내비게이션에 찍고 가면 전촌항 끝자락에 다다른다. 그 근처에 주차를 하길. 바닷바람이 매섭게 부는 동네라 최대한 이동 거리를 줄이는 게 좋을 거 같다. 경주 바닷가를 따라서 해파랑길이 있다. 양북 감포 일대와 양남 주상절리 일대. 주상절리 일대는 산책로가 단조롭고 평화로운 느낌이 들고 주변에 카페들이 많다. 그런데 감포 해파랑길은 오르막, 내리막도 있는 데다가 주변이 거의 산자락이라 트래킹 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푸르른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잘 왔다며 마음이 뻥 뚫리는 산책 길이다.
오르막 경사가 생각보다는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계단을 올라가며 보이는 풍경들은 절경이다. 동해 바다 색은 참 진한 코발트블루라, 바라보고 있기 참 좋은 바다 색을 가지고 있다. 경주 감포 바다 색이 내가 딱 좋아하는 색으로 넓고 넓은 바다에 시선이 매료되었다. 단지, 바람이 너어무 세차게 불어서 여기저기 흩날리는 머리카락 잡기 바빴는데 나중에 보니 머리가 끈적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해풍이라 소금기가 있었던 듯하다.
먼저 방문할 수 있는 사룡굴. 사람들이 사진 찍고 계셔서 어디인지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난 후에는 바닷가에서 돌을 던지거나 돌로 탑을 쌓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놀라웠던 점은 어르신께서 얇고 평평한 돌을 집으시더니 세로로 세우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어 3층정도 세로로 돌을 쌓아가셨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며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사룡굴은 두 개의 굴이 있는데, 왼쪽이 메인 굴이다. 어두운 공간이 생각보다 깊이 있었는데, 어두운 공간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상대적으로 밝고 진한 색이라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 일출, 일몰 때 사진을 찍는 명소로 유명하던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은 오후 2시쯤이라 왼쪽 동굴도 좋았지만 오른쪽 동굴도 예뻤다. 굴 사이로 반짝거리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굴 너머에 있는 바다는 다른 세상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세계로 이어질 거 같은 느낌, 이전에 거제도에 방문했을 때 매미성에서 느꼈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사진 찍으러 많이 오는구나 싶었다. (사진은, 오른편이 찍기 쉬웠다. 왼편은 중간에 바위돌이 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가 높은 날이라 이래저래 물이 많이 튀었고 위험했다. 물때나 날씨를 고려해야 할 해식동굴이다.)
사룡굴로 가는 길은 감포 깍지길 1구간에 속하는 길로 군 작전 지역이었다가 2015년에 일부 개방된 공간이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군사시설도 나오는데,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룡굴은 용이 승천할 때 뚫린 구멍이라는 용굴, 구멍이 4개라 이름이 사룡굴로 지어졌다고 한다.
단용굴은 사룡굴과의 갈림길에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 트래킹 코스의 산책길을 가야 한다. 그리고 5분쯤 걷다 보면 단용굴 이정표가 나오는데 단용굴은 가는 길이 험난하다. 커다랗고 뾰족, 날카로운 바위 산이 위치해 있는데 그 너머로 사람들이 보였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바위산을 넘어야 하는데 아이랑 건너기 너무 위험했지만, 7살 정도 되니 잘 따라와 주었다.(5세 이하 아이들은 건너가기 어렵다. 안고 간다 해도 위험하므로 추천하지 않음)
단용굴에는 감포 마을을 지키는 용이 한 마리 살고 있었는데, 사룡굴에 살던 네 마리까지 총 다섯 마리 용이 바다와 왜적들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켜준 수호신과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지나가는 어르신 말씀이, 이전에 단용굴은 바닷물이 차 있어 굴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하셨다. 해수면이 낮아져서 그런지 물이 빠졌고 굴이 나타났는데 사진 찍으러 많이들 온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래서인지, 굴 안쪽이 깊은데 물미역 등등이 있고 바다 비린냄새도 많이 났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사진을 찍어보자며 핸드폰을 켜니 냄새가 안나는 기분이었다. 일출, 일몰 요즘은 은하수 촬영으로도 유명한 이유를 알듯했다.
후기에 새벽에 가셔서 은하수 촬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힘들지만 결과물은 정말 이런 곳이 있다고! 물론, 다녀와 보니 보정의 힘이 필요하겠다 싶은데 그래도 사진 찍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욕심내 사진을 찍게 하는 자연이 만들어낸 멋진 공간이었다. 단용굴로 오는 길은 감포항 쪽에서 오는 조금 더 가까운 길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 위험한 바위산을 넘어야 하니 꼭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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